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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 컴퓨팅(Quantum Computing)은 전통적인 비트(bit) 대신 양자비트(qubit)를 활용하여 병렬 연산과 초고속 정보 처리 능력을 갖춘 차세대 기술이다. 슈퍼포지션(superposition)과 얽힘(entanglement) 현상을 이용해 기존 컴퓨터로는 불가능하거나 극도로 오랜 시간이 걸리던 계산을 단시간에 수행할 수 있다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최근 몇 년간 글로벌 IT 기업과 연구 기관들이 양자 컴퓨터 개발에 박차를 가하며 상용화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이 글에서는 양자 컴퓨팅 상용화 현황과 주요 국가 및 기업, 학계가 추진 중인 연구 개발 동향을 살펴본다.
1. 양자 컴퓨팅 상용화 진척 단계
- 실용적 응용 임계점(Quantum Supremacy): 2019년 구글 연구팀은 53큐비트(Qubit) 양자 프로세서 ‘Sycamore’를 이용해 특정 계산 작업(무작위 회로 샘플링)을 200초 만에 완료하며, 슈퍼컴퓨터로는 1만 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측된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이를 통해 양자 컴퓨팅의 기본 개념이 단순 실험실 성과를 넘어 실용적 응용 가능성을 보여준 ‘양자 우월성(Quantum Supremacy)’ 달성의 이정표로 평가받는다.
- 상용 양자 클라우드 서비스: IBM, 아마존 웹 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Azure), 디웨이브(D-Wave) 등 글로벌 테크 기업들은 양자 컴퓨팅 클라우드 플랫폼을 제공 중이다.
- IBM은 IBM Quantum Experience를 통해 10큐비트부터 127큐비트 규모의 시스템을 무료 또는 유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방했다. 이를 통해 전 세계 연구자들이 실제 양자 프로세서에서 알고리즘을 실험하고 검증할 수 있다.
- AWS는 Braket 플랫폼을 통해 디웨이브(D-Wave), IonQ, Rigetti 등 다양한 하드웨어 벤더의 양자 프로세서를 통합 제공하며, 사용자는 한곳에서 여러 양자 시스템을 비교·실험해볼 수 있다.
- 마이크로소프트는 Azure Quantum을 통해 Q# 프로그래밍 언어와 자체 시뮬레이터, 하드웨어 파트너(탐험용 양자 컴퓨터 및 시뮬레이터) 연결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개발자가 양자 알고리즘 개발부터 클라우드 실행까지 원스톱 환경을 누릴 수 있다.
- 양자 오류 정정(Quantum Error Correction): 양자 컴퓨팅의 가장 큰 난제 중 하나는 물리적 잡음(Decoherence)과 양자비트 오작동이다. 상용화를 위해서는 수천 개 이상의 물리적 큐비트를 논리 큐비트(logical qubit)로 묶어 오류를 최소화해야 한다. 구글·IBM 등은 ‘Surface Code’ 기반의 오류 정정 기법을 연구 중이며, 2025년경까지 수만 개의 물리적 큐비트를 활용해 하나의 오류 정정된 논리 큐비트를 구현하는 것이 목표다.
2. 주요 국가별 연구 개발 현황
- 미국: 미국은 양자 컴퓨팅 연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으며, 연방정부(국립과학재단, NSF·국립표준기술연구소, NIST)와 주요 대형 IT 기업이 협력해 오픈 사이언스(Open Science)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 연구 기관: 캘리포니아 공과대학(Caltech), MIT, UC 버클리 등에서 초전도(supconducting) 큐비트 연구와 이온트랩(ion trap) 기술을 발전시키고 있다. 또한 미국 에너지부(DOE)는 샌타페(Santa Fe) 국립연구소와 로스알라모스(Los Alamos) 국립연구소를 통해 양자 네트워크(Quantum Internet) 시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 기업: 구글·IBM·마이크로소프트는 초전도 방식의 큐비트, 트랩 이온 방식(ion trap) 큐비트, 위상(quasi-particle) 큐비트 등 다양한 물리 플랫폼을 연구 중이며, 이를 클라우드 서비스와 연계해 개발자 생태계 확장을 가속화하고 있다.
- 유럽연합(EU) 및 영국: 유럽은 ‘퀀텀 이니셔티브(European Quantum Initiative)’를 통해 2021년부터 10년간 총 12억 유로 예산을 투자해 양자 기술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 공동 연구 프로젝트: 유럽연합(EC)의 퀀텀 플래그십(Quantum Flagship)은 20여 개국의 연구기관과 중소기업, 대기업이 참여해 양자 컴퓨팅·통신·센싱 분야별 연구를 수행한다.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프랑스 파리(Polytechnique), 네덜란드 델프트 공대 등이 주요 허브 역할을 한다.
- 영국: 영국은 국가 양자 기술 프로그램(National Quantum Technologies Programme)을 통해 양자 센싱, 통신, 컴퓨팅 분야에 매년 약 2억 파운드를 투자하며, 래드버러 대학(Loughborough), 옥스퍼드 대학, 케임브리지 대학 등이 양자 컴퓨팅 기반 연구를 추진 중이다.
- 중국: 중국은 양자 컴퓨팅과 양자 통신 분야에서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2020년 중국과학원(CAS)은 74큐비트 초전도 기반 시스템을 개발했으며, 2021년에는 62큐비트 시스템으로 실험적 양자 우월성을 달성했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또한 양자 위성 ‘묵자(Mozi)’를 발사해 양자 통신 네트워크 구축을 선도하는 등 하드웨어 경쟁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 한국: 한국은 2023년부터 과학기술정보통신부(MSIT) 주도로 양자컴퓨팅 선도 기술 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2024년부터 2028년까지 약 2,500억 원을 투자해 국내 기업·대학·연구소 협력 체계를 구축했다.
- 연구 기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서울대학교, KAIST 등에서 초전도 큐비트, 이온트랩, 광(光) 기반 큐비트 기술을 연구 중이다.
- 기업: 삼성전자, SK텔레콤, LG CNS 등 대기업은 양자 기술 스타트업과 협력하거나 자체 양자 컴퓨팅 R&D 조직을 신설해 클라우드 기반 양자 서비스 개발을 모색하고 있다.
3. 상용화 과제 및 전망
- 양자 오류 정정 및 안정성 확보: 물리적 큐비트의 에러율을 낮추고, 수천~수만 개의 큐비트를 결합해 논리 큐비트를 만드는 효율적 오류 정정 프로토콜이 시급하다. 현재는 수십 개 큐비트 수준으로 제한되지만, 향후에는 수천 개 이상의 큐비트로 실질적 계산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유틸리티 규모(Utility-scale)’ 단계가 목표다.
- 소프트웨어 및 알고리즘 개발: 양자 하드웨어가 발전하더라도 이를 효율적으로 구동할 수 있는 양자 알고리즘·컴파일러·최적화 도구가 부족하다. 오픈소스 기반 퀀텀 소프트웨어(Qiskit, Cirq, Pennylane) 생태계가 확대되고 있지만, 산업용 양자 애플리케이션(예: 물질 시뮬레이션, 최적화 문제, 화학·제약 연구) 개발을 위한 전문 인력 양성이 필요한 상황이다.
- 하드웨어 다변화: 초전도 큐비트 이외에도 이온트랩·광 기반 큐비트·토폴로지컬(topological) 큐비트 등 다양한 하드웨어 옵션이 존재한다. 각 플랫폼의 장단점을 비교하고, 확장성·내구성·제조 비용을 고려한 기술 로드맵을 수립해야 한다.
- 산업 생태계 구축: 양자 기술을 상용화하려면 연구기관·기업·정부 간 협력체계가 필요하다. 기술 이전, 표준화, 특허 체계 정비,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 구축, 금융·투자 인프라 확충 등이 상용화 시기를 앞당길 수 있는 주요 요소다.
전 세계적으로 양자 컴퓨팅 개발 경쟁이 가속화되면서, 2025년 이후 ‘노이즈 중간 규모 양자 컴퓨터(NISQ, Noisy Intermediate-Scale Quantum)’ 단계에서 벗어나 실질적 과학·산업적 응용이 가능한 ‘유틸리티 규모 양자 컴퓨터’ 시대로 진입할 전망이다. 한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은 정부 주도 연구개발(R&D) 투자와 기업 협력을 통해 상용화 로드맵을 구체화하고 있으며, 향후 5년 내 물질 설계, 약물 개발, 금융 포트폴리오 최적화 등 취약점을 개선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애플리케이션이 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