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년간 중남미 정치는 우파와 중도파 정부가 주도해 왔으나, 최근 들어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에서 잇따라 좌파 성향 정부가 들어서면서 지역 전반의 정치적 흐름이 크게 바뀌고 있다. 특히 브라질에서는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Luiz Inácio Lula da Silva)가 2022년 대선에서 재집권하며 사회·복지 정책을 전면에 내세웠고, 아르헨티나에서는 알베르토 페르난데스(Alberto Fernández) 정부 및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데 키르치네르(Cristina Fernández de Kirchner)의 영향력 있는 정치적 후계자들이 전통적 페론주의(Peronismo) 이념을 강화하고 있다.
첫째, 브라질의 상황을 살펴보면 룰라 정부는 노동자당(PT) 시절 경험을 바탕으로 빈곤층 지원과 사회복지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룰라는 지난 임기 동안 “볼사 파밀리아(Bolsa Família)”와 같은 현금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수백만 가구의 삶을 직접적으로 개선했으며, 재집권 이후에는 빈곤층 자립을 위한 직업 훈련과 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있다. 또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아마존 열대우림 보호 정책을 전면에 내세움으로써 국제 사회의 주목을 받았으며, 국내에서는 대규모 농업·광업 개발 계획과 충돌하는 지점에서 여전히 긴장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반면 아르헨티나에서는 2019년 대선을 통해 페르난데스 정부가 들어섰으나, 지속적인 경제 위기(고인플레이션·외채 부담·실업률 상승 등)에 시달리며 지지율이 하락했다. 그러나 2023년 대선에서는 다수의 페론주의 성향 정당이 연합하여 승리를 거두었고, 기존의 중앙은행 독립성 약화, 공공요금 동결, 대규모 국가 개입 정책으로 경제 회복을 도모하려는 정치적 실험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페론주의 내부에서도 온건 진영과 급진 진영이 실용주의적 노선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는데, 이는 국가 재정과 민생 문제 해결을 둘러싼 정책 우선순위 차이에서 기인한다.
이처럼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양국 모두 좌파 정부가 집권하며 사회복지 강화, 경제 불평등 해소, 국가 주도 산업 육성 등의 공통된 어젠다를 추진하고 있다. 두 나라 모두 신자유주의 정책 기조에서 벗어나 국가의 역할을 확대하려는 시도를 보인다. 이는 중남미 지역 전체에 걸쳐 “진보적인 대안”을 모색하려는 흐름과 맞닿아 있으며, 에콰도르·칠레·페루 등 주변 국가에서도 좌파·중도좌파 정당이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는 현상으로 확장되고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두 나라 모두 고질적인 부패 문제, 시장의 불확실성, 외국인 투자 유치와 같은 과제에 직면해 있다. 브라질에서는 대규모 인프라 계획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재정 압박으로 차질을 빚는 가운데, 우파 성향 연방의회와의 대립으로 입법 과정이 정체되기도 한다. 아르헨티나 역시 IMF 외채 협상, 통화 개혁, 재정 긴축 압박 속에서 정부 정책이 국내 정치권과 경제권력의 긴장관계에 놓인다.
결국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의 좌파 정권 재조명은 중남미가 단순한 정치 이념 대결을 넘어, 사회적 불평등 해소 및 지속 가능한 성장 방안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변화다. 향후 이들 정부가 어떻게 경제 안정과 사회 통합을 동시에 달성할지가 관건이며, 중남미 지역이 글로벌 경제·정치에서 어떤 입지를 구축할지 주목된다.